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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닷고둥과 따개비의 힘
바닷고둥과 따개비의 힘



산과 들녘에 초가을의 때깔이 점점 깊고 짙푸르러 간다. 엊그제 구룡포 석병에서 팬션을 운영하는
주인장에게 한 번 들린다고 미리 약속을 해서 포항행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구름 같은 집은 없지만, 구름을 벗삼아 가을이 농익어가는 구룡포 석병 주변 바다는 시리도록 푸르다.

주인은 잠에서 덜 깨어난 모습으로 나그네를 반긴다. 수 년 전에 동해 바닷가를 어슬렁거리다가
우연히 인연이 되어 지금껏 그 인연이 이어지고 있으니 소위 늦깎이 사회에서 만난 지인이다.
지난 번 경산 복숭아를 주문해서 나그네에게 선물한 답례로 두루말이 휴지 몇 롤과 초코파이, 새우
과자를 조금 사서 건네고 홀로 팬션 옆 갯바위에서 낚시를 했다.

초가을 바다는 눈이 부시도록 푸르고 맑지만 배부른 물고기는 좀체 갯바위 가로 나오질 않는다.
갯바위 낚시 입질이 거의 없어 낚시를 포기하고 구룡포 석병2리 갯가에서 갯것을 보다가 갯바위에
붙은 바닷고둥이 눈에 들어와 운동화를 벗고 맨발로 물이 무릎을 넘지 않는 얕은 갯가에서 바닷고둥
을 집었다.

맨발로 잔잔하고 얕은 바닷가에 발을 담그고 험하지 않는 갯바위를 오르내리락 하다보니 갯바위의
울툴불퉁한 면과 닿아 발을 자극하고 미끈한 녹조류가 발을 쓰다듬는다. 갯바위 발맛사지에 건강에
도움이 되는 느낌이다.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 바다이지만, 바닷물에 발을 담그니 짠 바닷물이 세월
의 이끼로 뒤덮인 발을 소독 역할도 하는 듯 느낌이 좋다.

민물로 치면 골뱅이에 대적할 만 하지만, 개개의 맛은 민물 고둥에 떨어진다. 바닷고둥은 약방의
감초격으로 다른 음식과 섞어야 맛이 더 우러난다. 된장이나 국에 넣으면 드러나지 않지만 은은한
바다향이 입가에 퍼진다. 물론 바닷고둥을 봉지에 넣어서 팔지만 민물 고둥에 비하면 웬지 독립적인
맛이 떨어진다

바닷고둥은 민물 고둥처럼 크기가 비슷하지만 모양은 못난이다. 미끈하지도 않고 바닷속에 얼핏보면
때로 잔돌처럼 색깔도 비슷하고 울퉁불퉁하다 텁터름한 잔수염같은 이끼류도 붙어있다.

비슷한 크기의 고둥이라도 민물에 사는 고둥보다는 바닷고둥이 더 치열한 생존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그 모양에도 드러난다. 파도와 바람 너울 태풍 해일에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갯바위에
달짝붙은 고둥을 보면 상상이 간다. 상어 고래 삼치도 두려운 파도와 너울 앞에 세발의 피도 안되는
쌀 한톨 같은 바닷고둥이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앙칼진 모습으로 갯바위에 다닥다닥 붙어있다.
마치 육지의 호랑이 코끼리같은 거인앞에 개미가 기어가는 꼴이다

바닷고둥 옆에는 따개비와 거북손이 남남처럼 붙어있다. 갯바위는 육지의 바위와는 쓰임새가 사뭇
다르다. 육지의 바위는 말 그대로 돌대가리라면 물에 완전 잠긴 갯바위나 반나의 갯바위는 차라리
바다의 돌밭이다. 오랜 세월 바람에 파도에 깎이고 부들부들해지고 해조류와 녹조류가 달라 붙고
고둥과 거북손 따개비가 제 집처럼 방을 만들고 먹이사슬의 순환으로 물고기가 드나든다.

따개비는 갯바위에 붙어 꿈쩍을 않는다. 갯바위와 한몸이 되어 단단한 돌처럼 굳어버린 따개비는
바닷고둥과 달리 손으로 줍거나 딸 수 없다. 큰 칼로 따는 것은 모기보고 칼 빼는 격이니 작은 칼로
살살 따야 갯바위에서 떨어진다. 바닷고둥이나 따개비는 폼으로 갯바위에 붙은 것이 아니다 살아
남으려는 갯것의 몸부림이요 생존의 본능이다.

따개비와 바닷고둥의 놀라운 생존의 힘은 자신의 덩치보다 몇 백배나 크고 힘센 상어나 고등어
삼치 놀래기보다 더 유연하고 생명력이 끈질기다. 다른 어패류는 바다를 떠나 물이 없으면 그 성질에
혹은 호흡을 하지 못해 죽지만, 바다의 모래알처럼 보잘것 없는 고둥이나 따개비는 일단 바다를 떠나도
물주머니가 달렸는지 바닷물을 몸속으로 품는지 물이 없으도 한동안 죽지 않는다. 고둥과 따개비를 따서
검은 봉다리에 넣고 집에 와서 보니 바다를 떠나 물경 5 시간이 흘러도 살아있다.

바다를 떠난 물고기라면 벌써 죽었을 것이다. 예전에 낚시로 물고기를 잡으면 전갱이나 고등어, 꽁치는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해 몸을 비비고 뒤틀며 몸부림치다 이내 죽어버린다. 돌색을 닮은놀래기는 이들 보다
생명력이 조금 더 강해 뭍으로 올라와도 잠시 조용히 지내다 서서히 가버린다.

고둥과 따개비의 놀라운 생명력이 경이롭다. 작은 것이 맵고 강하며 아름답다. 강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
라 살아 남은 고둥과 따개비가 강한 것이다. 따개비가 촉수를 고추 세우며 꿈틀거리고 바닷고둥이
차멀미에 시달렸는지 몸을 비비꼰다. 하지만 이제 어쩔 수 없다. 한 웅큼의 양이지만 된장의 감초격으로
희생될 수 밖에 없다

뜨거운 물에 바닷고둥과 따개비를 넣고 끓이다 불을 끄고 보니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껍질속에 든 고둥
속살은 익을대로 익었는데 따개비 살은 녹아 없어지고 삿갓처럼 껍데기만 남았다. 너무 데친 것 같다.
따개비 살은 사실 껍질에서 반 노출되어 있다. 그러니 갯바위에 죽자살자 붙어 있다. 갯바위에서 떨어지면
따개비는 썪은 새끼줄을 잡고 사는 것이다.

따개비와 바닷고둥의 놀라운 생명력에 감탄하고 그 기질 또한 성질 급한 고등어나 전갱이보다 우직하고
굼뱅이처럼 느리지만 그 성질에 물고기보다 더 장수한다.

사람이나 물고기나 조물주의 형상과 기질은 제 각각이지만 그 기질때문에 운명이 달라진다. 제 성질에
못이겨 화를 참지 못하는 물고기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 바다에 가거든 갯가에 숨은 바닷고둥과
따개비 거북손의 놀라운 생명력을 더듬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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